다름 그저그렇게흘러흘러

뚜렷한 말이 떠오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천장이 높은 아무도 없는 빈 집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나를 치고 지나가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계속 머리 위 천장에서 맴돌고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실 별 할 말도, 뚜렷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말도 없는데 괜히 주저리주저리 씨부리고 싶으니까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늘어놓고 이미 몇 미터는 되는 보호막을 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빈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무수히 많은 굶주린 좀비들이 뛰어올 것 같다. 그런데, 물지는 못하는 좀비들. 
그게 더 거슬린다, 귀에 들리진 않지만 눈에 보이고 냄새나니까.
뒷 문을 통해 나가서 숨을 쉬고 들어왔는데, 손에 들고 온 중고책 네 권도 수입코너에 사온 맛있는 햄, 우유, 아이스크림, 국화차 등.
모든 것들은 내 손을 통해서 이 집에 들어왔고 하나 둘씩 내 손을 통해서 또 나가고 있다. 
수 많은 손들이 뻗쳐있는 좁은 복도를 미친듯이 뛰어왔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내 앞의 복도는 
지금까지 걸었던 길 중에 가장 넓은 복도에다가 손들도 현저히 줄어있다. 익숙치 않은 환경에 불안하고 막막한데,
어느 정도 이 길을 즐길 준비는 되어 있다. 이것도 틀림이 아니라 다름인 것을, 늘 항상 숙지하면서도 까먹는 이 '다름'을.

Cashback 그저그렇게흘러흘러



Once upon a time I wanted to know what love was.
Love is there if you want it to be. 
You just have to see it trapped in the beauty and hidden away between the seconds of your life.
 If you don't stop for a minute, you might miss it. 

이 마지막 말, 나에겐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 그리고 믿음. 근거없지만 믿기로 한 것과 믿고있는 것. 믿고있음.
때를 알면서도 멈춰설 수 없어 계속 불안해하고 겉돌고 있는 미친 회전율
잠시 멈춰서지 않으면, 잃을지도 모른다. 멈춰서야지.

오소영 그저그렇게흘러흘러


오랜만에 오지은을 따라잡는 목소리를 찾은 듯.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 중에, 여리지만 힘이 있고 청아한 목소리.
정신 없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피아노의 연주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피아노 조율이 끊어질 듯 말 듯 위태위태하게 혼잣말하는 연주를 듣고 싶을 때도 있다. 
클래식을 그만 두고, 야니를 보며 키웠던 키보디스트의 꿈도 허무하게 포기해버렸을 때,
그저 잡히는 데로 건반을 잡아 누르던 손에서 나오던 연주가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난로도 에어콘도 없는 옥상 골방에 올라가 다시는 예전처럼 움직일 수 없는 손가락들을 애써 굴려보면서
벽에 붙어있는 애꿎은 계란판을 잡아 뜯으며 울고. 그렇게 나왔던 연주가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 거야.
부족함을 채우고자 수 많은 목소리들을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 때와는 다른 목적이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찾고있는 나를 힘나게 하는 또 다른 목소리를 찾았다. 









Quentin Tarantino 그저그렇게흘러흘러


아.......씬시티를 보고 충격을 받았을 때 감독이 누구인지 찾았어야 했다.
저수지의 개들, CSI 라스베가스, 킬빌 시리즈, 씬 시티,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등
내가 볼 때마다 충격을 받았던 영화들을 연출한 대단한 사람이란 건 사실 얼마 전에 알았다. 바보바보바보.
코엔 형제에 대한 설렘보다 쿠엔틴의 충격이 훨씬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흥미진진한데..
중학교 때 몰래몰래 본 킬빌과 고등학교 때 지나쳐 보던 킬빌, 그리고 얼마 전에 본 킬빌은 너무나 다르다. 
어쩜 저렴하고 싸구려로 보일 수 있는 스토리를 센스있는 구성과 시선으로, 아 그리고
'보는 재미'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그것도 예술이라 칭한다면 피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는 재미 등으로 똘똘똘똘똘
뭉쳐서 사람들을 너무 깊지 않게, 또 너무 가볍지 않게 조였다 풀어주는 쿠엔틴의 근육놀림은 참 튼튼한 것 같다. 
어쨋든 빠른 시일은 아니지만 2014년에 킬빌3가 나온다니 무릎꿇고 기다리는 수 밖에...


Christmas Party in GDW ! 그저그렇게흘러흘러


크리스마스 이브에 진행된 GDW 팀의 Christmas party.
the Secret Santa, 믹 존스와 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따듯했던 현장 영상 !



빠이 이천십일년. 그저그렇게흘러흘러


이젠 파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큰일이다, 세상에 하고싶은 말들보다 듣기싫은 말들이 점점 더 늘어간다
이별의 문턱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데 난 그렇게 20대를 살아가고 있나보다
답답하고, 짜증난다.

도그빌(Dogville) 그저그렇게흘러흘러



'진심'에 대한 진실과 그 진심의 댓가. 동정. 나약함. 오만함. 용서. 실수. 채찍. 책임. 정의.
보이는 그대로를 동정한 것에 대한 나약한 존재가 받은 형벌. 나의 오만함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나약함을 느끼게 되는 도망자와 
그녀를 받아준 아무도 오지 않는 마을. 그리고 그들이 갖게 된 카타르시스와 무기. 아 복잡하다 복잡해 뭐래는지 쓰면서도 모르겠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빠와 딸의 마지막 대화에 담겨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칼은 언제나 인간을 깊게 찌르고 조용히 거둔다. 


여기서 웃긴건 이 도그빌에서 '도덕강의'라며 언제나 헛소리 하고 앉아있는 폴 베타니의 키워드.

그가 말하는 강의는 '본받음과 순응'이다. 뭐 '존중'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긴 하지만,

라스 폰 트리에는 종교가 있을까? 

참 신기하게도 본받음과 순응은 1643년 예수회 신부, 르 고디에(Le Gaudier)가 내세운 명상수련의 방법론 중 하나.

왼손을 가슴에 얹고 겸허함을 재연하는 것이 그 내용인데, Imitatio와 Conformatio.

'자신의 의지를 신의 의지 안으로 던져 신의 의지를 닮으려는 것' 이 명상수련의 목적이다.

비약하자면ㅡ 라스 폰 트리에는 폴 베타니를 통해서(종교를 통해서) 인간의 나약함(어두운 면)을 역설했다고 보겠다. 

그러니까 특정 종교 혹은 특정 성직자이겠지, 킁킁킁킁킁 아 어디서 냄새난다


여름의 조각들 그저그렇게흘러흘러

감독은 올리비에 아싸야스(Olivier Assayas).





'여름의 조각들'은 부모님의 시대를 마감짓는 자식들의 과정을 담담하고 조용하게 표현한 영화이다.
언제나 쟁쟁한 배우들을 쓰는 올리비에 아싸야스는 역시나 에너지가 넘치는 줄리엣 비노쉬, 제레미 레니에 등 젊은 배우와
어머니 에디뜨 스꼽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형제들이 하나같이 너무 세서 처음에는 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설정 자체가 집안 대대로 타고난 예술적 감각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의 가정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급하게 변하는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감각으로 마감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어머니가 떠난 후, 유산 문제에 부딪히지만 서로의 생각이 뚜렷하게 자리잡혀 있는 자식들.
그리고 이제는 의미를 잃어버린 공간에서 왁자지껄 나름대로 공간을 추모하는 손주들.
막장 드라마 요소들이 빠져 힘을 풀고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던 영화인 것 같다. 
선조의 시대를 마감하는 방법은 큰 틀을 갖고 변화해왔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해갈까, 생각하기 싫은 주제들만 머리를 가득 메웠다. 

우이동 예술가 마을 그저그렇게흘러흘러


한 달에 두 번씩 우리 집 근처 공방을 찾으시는 엄마를 따라 나도 우이동 예술가 마을 공방 방문!
중학교 때부터 갖고 있는 손재주란 피아노뿐이 없으니, 기술과 가정 시간 모든 과제물은 엄마의 손을 거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생활용품 곳곳에 엄마의 퀼트와 자수가 스며들어 있었다.
여러 가방들, 필통, 파우치, 키 홀더, 거울, 등등 
100퍼센트 노력과 진심으로 일구어내는 퀼트의 세계는 어떤지 살짝 맛보고 왔다.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엄마가 마음껏 취미 생활하시게 작업실 하나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생각.

엄마 오실 때마다 꼭 먹는 '능이버섯 삼계탕' 색깔은 거뭇거뭇해도 진짜 맛은 일품 *_* 
좀 비싸긴 하지만 먹고나면 몸 안에 녹아있던 에너지들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시험 때 필수.




내려와서 걸어가는 길. 


기타노 다케시 그저그렇게흘러흘러


기타노 다케시는 47년생, 코미디언이었고 영화배우와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일본의 살아있는 거장?.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을 지우는데 10년이 걸렸고 지금은 일본에서 총리했으면 좋겠다는 소리까지 나오니
대단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내 주변에는 기타노 다케시의 팬들이 꽤 많다. 별 생각없이 일본 영화를 보던 나도 
감염이 되어 줄을 나란히 하고 있는데, 아까 다시 본 '자토이치'는 뭔가 새로웠다. 
그가 출연하거나 연출한 작품 중 내가 접한 것들은 
하나비, 전장의 크리스마스, 키즈리턴, 자토이치, 배틀 로얄, 브라더, 기쿠지로의 여름, 아웃레이지.
잘 알려진 작품만 보다보니 그의 다른 작품들이 더 보고싶어졌다. 

기타노 다케시는 대사와 리듬에 민감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은연중에 느끼게 되는 리듬이 존재한다.
무표정과 침묵도 그가 만드는 리듬에 속하지만, 내가 말한 리듬은 좀 더 근본적인 리듬.
그의 리듬을 알아챘을 때는 상황을 반전시킨다. 좀 더 밝은 쪽으로 !
블랙 코미디는 확실히 아니고 기타노 다케시 식의 특유한 발상은 다른 일본 영화들보다 자극적이다.
압축과 생략. 폭력과 죽음. 절망과 체념.
잔인하기도 하고 서정성이 짙기도 해서 계속 궁금해지는 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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