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말이 떠오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천장이 높은 아무도 없는 빈 집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나를 치고 지나가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계속 머리 위 천장에서 맴돌고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실 별 할 말도, 뚜렷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말도 없는데 괜히 주저리주저리 씨부리고 싶으니까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늘어놓고 이미 몇 미터는 되는 보호막을 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빈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무수히 많은 굶주린 좀비들이 뛰어올 것 같다. 그런데, 물지는 못하는 좀비들.
그게 더 거슬린다, 귀에 들리진 않지만 눈에 보이고 냄새나니까.
뒷 문을 통해 나가서 숨을 쉬고 들어왔는데, 손에 들고 온 중고책 네 권도 수입코너에 사온 맛있는 햄, 우유, 아이스크림, 국화차 등.
모든 것들은 내 손을 통해서 이 집에 들어왔고 하나 둘씩 내 손을 통해서 또 나가고 있다.
수 많은 손들이 뻗쳐있는 좁은 복도를 미친듯이 뛰어왔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내 앞의 복도는
지금까지 걸었던 길 중에 가장 넓은 복도에다가 손들도 현저히 줄어있다. 익숙치 않은 환경에 불안하고 막막한데,
어느 정도 이 길을 즐길 준비는 되어 있다. 이것도 틀림이 아니라 다름인 것을, 늘 항상 숙지하면서도 까먹는 이 '다름'을.






















